본문 바로가기

칼럼/건강상식

불러도 반응 없는 신생아, 10분이면 청각 체크 가능

# 이영훈(5, 남, 가명)은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생후 1개월 때 실시한 청각선별검사에서 재검 판정을 받았다. 2개월 후 청성뇌간반응검사(ABR)를 받았고, 양측 소리에 뇌신경 반응이 없어 양측 고도난청으로 진단됐다.
 
 6개월 때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했고, 언어치료를 시작했다. 23개월 때에는 왼쪽 귀에 인공와우 수술을 했고, 언어검사상 19개월의 언어수준을 보였다. 52개월 때에는 언어수준이 46개월로 정상범위에 들어가 일반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 강유성(16, 남, 가명)은 신생아 때 청각선별검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38개월 때 말이 늦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부모가 병원에 데려갔고, 청성뇌간반응검사(ABR) 후 양측 고도난청 진단을 받아 보청기를 착용했다.
 
이후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11살 때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다. 또 13살 때는 우측 어음정확도가 35%, 좌측 어음정확도가 12%로 일반 학교에서 학업을 진행하기 어려워 특수학교로 전학했고 현재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다.

청각은 오감 중에 가장 먼저 완성되며 가장 늦게 닫히는 감각이다. 또 영·유아 시기의 청각 자극은 두뇌와 언어 발달은 물론 집중력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난청의 진단과 청각재활이 늦어질 경우에 정상적인 언어습득이 이루어지지 않아 언어장애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행동장애나 학습장애가 수반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직업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게 된다.
 
특히 청각장애는 어린 아기일수록 뚜렷한 증상을 발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조기 발견과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선천성난청 1000명당 3~5명 발생
2010년 신생아난청조기진단 및 청구대행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0명당 3~5명이 선천성 난청질환을 가지고 태어난다.
 
선천성난청의 절반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나머지 50%는 임신 초기 풍진 감염, 조산, 홍역, 이하선염, 뇌수막염과 같은 후천적인 문제로 생긴다.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에 5일 이상 입원하는 난청고위험군 중 100명당 1명 정도로 난청이 발생하는데 이는 건강한 신생아에 비해 10배 정도 높은 발생률이다.

◆조기 발견과 재활 중요
생후 6개월 이내의 소리자극은 아이의 언어발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생후 수개월 내에 소리를 듣고 리듬과 억양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아기는 부모가 자신에게 말을 할 때 소리를 내어 반응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천적인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적절한 소리자극을 받지 못해 정상적인 언어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고, 향후 지능장애, 사회부적응을 초래하여 개인은 물로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선천성난청은 완치될 수 없어 대부분 언어-청각장애인으로 성장하지만, 출생 직후 재활치료를 시작하면 언어-학습장애가 최소화되어 정상에 가깝게 성장할 수 있다.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로 쉽게 확인 가능해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는 아기가 잠든 약 10분 동안 검사기기의 센서를 이마와 귀에 붙여서 청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간편한 것이 특징이다.

박수경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청각학회 정보이사)는 “난청 치료에 대해 보호자들이 올바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며,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는 주로 분만한 산부인과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분만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고, 특히 출산 전 홍보와 교육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청각학회에서는 보건복지부 후원 하에 신생아청각선별검사 온라인교육 사이트(http:\\hearingscreening.or.kr)를 2013년 5월부터 오픈하여 검사자나 일반인은 온라인으로도 연수교육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신생아 청각선별검사 받아야
신생아 난청 선별검사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보호자들에 의해 난청이 발견되는 시기는 대개 생후 30개월 전후다. 이 시기는 청각 뇌발달이 거의 종료되어 난청 재활치료를 해도 언어와 지능의 발달이 정상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기 발견과 재활이 중요하다.

대한청각학회의 2012년 신생아난청 조기진단사업 비용효과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비용이 의료비, 재활 교육비, 노동력 상실 등 난청환자 1인당 13억 2천만원이 발생한다.
 
하지만 선별검사를 시행하면 난청조기진단 및 치료로 사회적 비용이 난청환자 1인당 8억 2천만원으로 감소한다. 즉 선별검사 실시로 인한 절감액은 1명당 4억 8천만원으로, 난청아 발생율(0.3%)를 감안할 경우 연간 7천여 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

박수경 교수는 “한 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를 통해 수 천 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전체 신생아를 대상으로 생후 1개월 이내 선별검사, 생후 3개월 이내 확진검사(정밀청력검사), 생후 6개월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원 하에 신생아 난청 조기진단사업의 일환으로 최저생계비 200%(4인기준 309만원) 가구는 무료로 청력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출산 예정일 전후 한 달 이내에 시범 지역 보건소에서 검사 신청을 하면, 출산 후 1개월 안에 검사기기를 보유한 지정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에 쿠폰을 제출하고 검사를 받으면 된다.
 
또 보청기로도 해결할 수 없는 고도난청은 인공와우를 이식해 청력을 회복해야 한다. 인공와우 수술의 경우 2005년부터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어 난청 정도와 소득 수준에 따라 최대 100%까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수경 교수는 “아기가 큰 소리에 반응하기 않거나 불러도 눈을 맞추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가장 안전한 방법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청각선별검사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가오는 9월 9일은 숫자 9와 귀의 모습이 비슷하다고 해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귀의 건강을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1961년부터 정한 귀의 날로, 이번 기회에 신생아와 유아는 청각선별검사를 받는 것도 좋을 듯 하다.
 
4-6.JPG

신생아청각선별검사 시행하는 모습  
귀에 이어폰을 꽂거나 하는 자동이음향방사검사(AOAE)와 얼굴에 전극을 붙이고 귀에 소리를 주어 측정하는 자동청성뇌가반응검사(AABR)검사 2가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