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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

[다큐공감]정전 60년 기획-노병들은 말한다 “땡큐 코리아”

미국 유타 주, 사막 언저리에 있는 작은 도시인 시더시티. 여름 휴가철을 맞아 축제가 한창인 이 도시에 한국 청소년들 수십 명이 방문했다.

LA에서 장장 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왔다는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해준 사람들은 초로의 백인들이었다.

처음 본 사이임에도 쉽게 친해진 이들의 인연은, 학생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6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긴 세월과 먼 거리 탓에 동떨어져 있었던 이들을 만나게 해준 다리는 바로 ‘한국전쟁’이다.

시더시티와 대한민국의 인연은 깊고도 뼈아프다. 한국전쟁 당시, 이 작은 도시 시더에서만 청년 600명이 한국전에 참전했다.

다행히 그들 모두가 살아 돌아왔지만, 미국인들은 2차 세계대전의 여파에 지쳐 있던 터라 참전용사들이 전쟁에서 겪은 고통에 무관심했다. 한국전쟁을 ‘잊어버린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시더시티의 라디오 방송국 DJ로, 일흔이 넘었지만 11년째 지역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앨 쿠퍼 씨도 한국전 참전용사다. 유쾌한 진행 솜씨를 자랑하는 그도 한국전쟁 이야기만 나오면 절로 눈시울을 붉힌다.

죽어가던 동료와 그 동료가 외롭게 죽지 않도록 곁에서 노래를 불러주던 또 다른 동료가 아직 눈에 선하다.   
 
삼형제가 모두 한국전에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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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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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 쿠퍼 씨는 이런 아픔을 가슴 속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참전용사들이 없었고, 다른 미국인들은 한국전쟁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그 한을 풀어준 건 한국인 이민자 ‘써니 리’ 씨다.

써니 리 씨는 시더 참전용사위원회의 자원봉사자다. 써니 씨는 시더시티의 참전용사들이 한국을 위해 싸운 것이 헛되지 않은, 보람된 일임을 깨닫도록 도와주고 있다.

지역신문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을 위해 모금 중이라는 두 줄짜리 기사를 읽은 후, 백방으로 뛰며 한국 정부와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 시더시티의 한복판에 한국전 기념공원을 세우는 데 성공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제막식에서 감사의 큰절을 올리는 써니 씨를 보며 참전용사들은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써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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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써니 씨는 매년 참전용사들과 그 후손들을 한국에 데려가 전쟁의 처참함을 이겨내고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한국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듣고 우정을 나누게끔 하고 있다.

그런 써니 씨에 대한 참전용사들의 신뢰는 대단해서, 삼 형제 모두가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맥스 본조’ 씨는 한국전쟁 때 사용했던 카메라를 고민 끝에 ‘한국 박물관에 전시해 달라’며 써니 씨에게 기증했다.  

써니 씨와 참전용사들에게 올해 여름이 더 특별한 이유는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품앗이 봉사활동을 왔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사실 전쟁의 아픔을 알지는 못하는 세대다. 그런 학생들은 LA와 시더시티에서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위한 품앗이 행사에 참여하며, 참전용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품앗이 마지막 날, 학생들과 참전용사 가족들은 시더시티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모였다. 정성스레 기념비 앞에 꽃을 바치고 감사의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편지에 담긴 진심은 참전용사 가족들을 감동시켰는데….

품앗이를 통해 학생들이 얻게 된 교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