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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면역력 약한 상태라면 침술치료에도 ‘주의’

분당제생병원 신경과 유현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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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당뇨 등의 면역저하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부작용이 없다고 여겨지는 침술 치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신경과 유현정 전문의팀(유현정, 이구은, 강현석, 노숙영)은 최근 ‘침술 후 다발성 경막 외 농양’ 환자의 사례를 미국 신경과학회 공식 저널이자 임상 신경학 분야 최고 권위의 저널인 ‘Neurology’ 5월 7일자 Resident and Fellow Section에 게재했다.

유현정 전문의는 “침술 후 한 두 군데의 경막 외 농양은 보고 된 적이 있지만 이번 경우처럼 다발성 경막 외 농양의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다”며 “Neurology Resident and Fellow Section에 케이스 스터디 사례로 보고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보고된 케이스는 81세의 김모(가명) 할머니 사례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11년 4월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에서 침술과 물리치료 등의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치료 후에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하지 마비 증세가 생겨 모 한의대 한방대학병원에 입원해 두부MRI(Brain MRI) 검진 후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한방대학병원에서의 입원 치료에도 불구하고 고열, 배변 장애, 사지마비가 점차 악화되어 분당제생병원 응급실로 내원했으며 전신MRI(Whole spine MRI) 검사상 경막 외 부위의 척추를 누르고 있는 다발성 농양이 발견됐다.

척추에는 척추뼈와 그 사이에서 쿠션 구실을 하는 디스크(추간판), 그 단면으로 뻥 뚫린 척추관이 있는데, 척추관 안으로는 뇌로부터 팔다리를 비롯한 인체 각 기관으로 뻗어가는 신경이 지나간다. 척추관이 어떤 이유로든 좁아지거나 막혀 신경을 압박하면 통증이 찾아온다.

이처럼 척추에 압박이 가해지면 초기에는 허리 통증이 반복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멍이 점차 좁아져 신경을 누르는 정도가 심해지면서 엉치뼈(천골)와 허벅지 쪽으로 통증이 내려가게 된다.

다리 전체가 터질 듯이 아프거나 저릿한 마비 증세까지 와 걷지 못하거나 불면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게다가 김할머니의 경우 고령인데다가 평소 지병인 당뇨병으로 인해 면역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

분당제생병원에서는 전신 MRI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형외과 나화엽 과장 집도로 10cc 가량의 농양을 제거 한 후  ‘편측 후궁 절제술 후 양측 감압술(ULBD)’이라고 하는 수술 방식으로 수술을 시행했으며, 8주 입원 후 김할머니는 완쾌돼 퇴원했다.

병원측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고령에도 현재 일상생활과 거동에 지장이 없을 만큼 정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한다.

ULBD는 척수신경감압술(압박을 받고 있는 척수를 풀어 주는 수술)의 일종으로, 미세현미경을 통해 척추신경에 접근해 주변 근육 손상 없이 좁아진 척추뼈의 신경구멍을 넓혀 준다.

수술하고 다음날 혼자서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효과가 빠르고, 수술 후 2~3주 정도면 완전히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골다공증이 심한 나이 많은 환자들도 대부분 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유현정 전문의는 “고령, 당뇨 등의 면역저하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침술 치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은 압박성 척수 손상이 있는 경우에는 되도록 빠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므로 빠른 진료 및 진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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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주사 및 침술로 인한 병원 감염관련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주사기 및 침으로 인한 감염은 수술 후 감염 다음으로 많이 접수된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병원감염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2006년 44건, 2007년 43건, 2008년 36건, 2009년 21건, 2010년 20건, 2011년 72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감염경로별 건수도 2006부터 2012년 4월까지 수술 후 감염 158건(63.0%), 주사기-침 31건(12.3%), 치료시술 27건(10.7%), 치과치료 17건(6.8%), 분만 12건(4.8%), 검사 6건(2.4%) 등으로 수술 후 감염 건수에 이어 주사기와 침에 의한 감염 건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