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꽃, 의상! [불의 여신 정이] 속 아름다운 한복의 향연!

사극의 꽃은 의상이다. 여주인공의 찬란한 한복자태의 시각적 아름다움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뿐만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

 

MBC 사극의상은 배우 개인의 취향이나 협찬사에 따라 다양한 현대극 의상과는 달리 MBC 미술센터에서 모두 자체 제작된다. MBC 미술센터 측은 “작품의 시놉시스가 나오면, 인물별 콘셉트를 정하기 위해 연출부와 수차례 혹은 수십 차례 회의를 진행한다. ‘어떤 디자인과 색상, 무늬를 사용하면 인물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가 늘 고민거리다” 라며 “한 벌의 의상 안에는 우리의 땀과 노력, 연출자의 철학과 열정이 깃들어있다. 뿐만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작품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MBC 월화특별기획 [불의 여신 정이](극본 권순규, 이서윤 연출 박성수, 정대윤) 속 아름다운 한복의 향연이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광해군(이상윤)과 임해군(이광수)의 알록달록한 의상은 지난날 사극에서 보아왔던 왕자들의 의상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주로 푸른 계열의 색이 사용되는 광해군의 의상과 노란 계열의 색이 사용되는 임해군의 의상은 배우의 얼굴뿐만 아니라 작품의 분위기에도 활기를 더한다.

 

최근의 사극 의상은 고증을 기본으로 하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작하는 추세다. 특히 조선시대 왕실 의복은 대체로 차분한 색상인 경우가 많아 자칫 작품 전체를 무겁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인물들의 성격을 드러내기 좋은 색상과 디자인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사극 의상에 대한 자유롭고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면서 볼거리가 한층 풍성해졌다.

 

광해군과 임해군은 공식적인 자리가 연출되는 장면에서는 고증에 맞게 자색 의상을 입는다. 평상시에는 광해군이 청록색을 비롯한 푸른 계열의 의상을, 임해군이 노란 계열의 색상에 자주색이나 검은색을 더한 의상을 주로 입는 것은 두 사람의 대결구도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녹색은 젊음을 상징하고 파란 색은 책임감과 신뢰감을 주는 색으로 극중 광해군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임해군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노란색은 불안함을 자주색은 우울함을 상징하며, 검은색은 권위적이고 무거워 이중적인 성격의 캐릭터를 살리는 데 좋은 색이다.   

 

  

여배우들의 의상은 어떨까? 주인공 정이(문근영)는 극 초반 남장여자 역할을 맡아서 다양한 의상으로 팔색조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광해군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킨 11회 방송에서는 네 벌의 한복을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이 장면에 등장한 정이의 한복은 흰색, 붉은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들은 모두 저고리의 길이가 짧고 타이트하다. 특히 광해군이 마음에 들어 했던 네 번째 한복의 경우 금색으로 수놓인 큼직한 꽃무늬까지 등장한다.

 

화령(서현진)은 저고리가 짧고 타이트한 의상과 길게 늘어져 허리띠를 맨 의상을 모두 착용한다.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의 색상이 다양하게 사용되며, 꽃무늬가 곳곳에 수놓여 있어 화령의 여성스러움을 배가시킨다. 서현진은 “[짝패]를 시작으로 [절정], [신들의 만찬] 등에서 늘 한복을 입었는데, 옷을 입어보면 MBC 의상팀과 감독님이 배우들을 배려하는 것이 느껴진다. 어쩜 그렇게 배우와 역할에 딱 맞는 의상을 만들어 주시는지, 늘 믿음이 간다”고 말하며 “이번 드라마에서도 화령이의 이미지에 맞는 예쁜 의상을 제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불의 여신 정이]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조선 중기에 해당한다. 여성들의 저고리는 조선 초기에서 후기로 가면서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실제로 이 시기 여성들의 저고리는 허리를 덮는 정도였다. 또한 당시 정이와 화령의 신분에서는 다양한 색상과 무늬의 옷을 자유롭게 입을 수 없었다. 신분에 따라 옷의 색상과 무늬의 종류‧개수까지 법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극에서는 배우의 체형을 살리고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상을 재구성한다.

[불의 여신 정이]는 극이 전개되면서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변해가는 이들의 의상 또한 눈 여겨 본다면 사극을 보는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