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연예

[KBS파노라마]남모르게 우는 아이들이 있다!

아무도 그 아픔을 모른다. 외국인 엄마 때문에 놀림 당하고 피부색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지만 모든 것을 가슴속 깊이 묻어둔다.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하소연 하고 싶지만 늘 혼자다.

아이들의 삶은 눈물이다. 어느 날 어두웠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미래의 목표도 세운다. 기적을 만든 것은 거창한 약속 때문이 아니다.

진심을 담은 사랑의 실천이다. 다문화 아이들과 함께한 반년의 시간은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해주었다.

바로 자신의 소중함을 찾아주는 것이다.

◆‘속초의 베트남 댁 레띠홍화’ 의 눈물
15년 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와 한 남자와 만났다.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이 수천만 원의 빚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는 빚 독촉과 협박, 결국 파산신청을 하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러나 엄마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두 아들을 괴롭히는 차별이었다. 왕따와 괴롭힘.

삶이 고통스러워 죽으려고도 했지만 두 아들을 지키기 위해 참고 악착같이 살기로 했다. 자존심이 강해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던 그녀가 세 번째 만남 끝에 눈물을 쏟아냈다. 한국에 시집와 엄마로 살아가는 가슴 아픈 이야기는 다문화의 현실을 말해준다.

 


6-43.jpg

“초등학교 운동회 날 운동장에서 아들이 혼자 김밥 먹는 모습 보고 울었어요. 아들을 안아주면서 말했어요. 엄마가 미안해, 미안해“ - 레티 홍화

◆15살 경민에게 무슨 일이!
경민은 초등학교 때만 해도 의사가 꿈인 활달한 아이였다. 그러나 어느 날 반 아이들로 부터 놀림을 당하면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베트남으로 돌아가라!” 너무나 억울했지만 엄마가 걱정돼 내색 하지 않고 참았다. 그러나 괴롭힘이 계속되자 맞서 싸웠다. 성적은 꼴찌로 떨어지고 문제 학생이 되었다.

학교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말이 없고 얼굴은 늘 어둡다. 탈모증세까지 왔다. 집단 괴롭힘은 과학 선생님이 가해학생을 불러 상담을 하면서 잠잠해졌다.

선생님은 경민 에게 참고서도 구해주고 성적이 뛰어난 학생과 함께 공부하도록 배려했다. 경민에게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6-44.jpg

“엄마가 베트남이라고 놀리는 애들이 너무 싫었어요. 애들과 눈 마주치면 때리고 욕하고 쳐다보지 말라고 하고 놀리고 맞는 거도 힘들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더 힘들었습니다.” - 경민

◆‘희망의 꿈을 꾸다!’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삶이 힘들고 고달프지만 때론 아픔을 함께 걱정하고 도와주려는 마음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지난1월 강원도에서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캠프가 열렸다. 이날 특별한 강사들이 초청됐다. 스웨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작곡가, 가수다. 통역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어려움 에서도 아이들은 열심히 배우고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4박5일의 짧은 시간이 끝나고 외국인 강사와 아이들은 부등 켜 울며 떨어질 줄 몰랐다. 무엇이 이들을 하나로 만든 것일까.

◆‘사랑의 기적이 시작되다!’
경민은 연극반을 참가했다. 얼마 전까지 사람 앞에 서는 곳조차 두려워하던 아이다. 그런데 여러 장의 대본도 외우고 주인공 역할을 맡아 연기를 거침없이 해냈다.

경민을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또 다른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찾아주고 싶었다. 스웨덴의 유명한 연극 단체와 대학에 도움을 요청했다.

스웨덴에서 아이들은 놀라운 경험을 했다. 유명감독으로부터 연기지도를 받고 배우들 앞에서 공연도 했다. 가는 곳마다 재능이 놀랍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보는 것이다. 그날 아침은 눈이 많이 내렸다. 경민 과 유미는 어머니가 마련해준 한복을 입었다. 무대에 섰다. 예전에 보던 얼굴이 아니다. 한국인으로서의 당당함이 가득했다.
 
6-45.jpg
 
6-46.jpg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배우 앞에서 박수도 받고 당당하게 연기를 했던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경민

“앞으로는 어떤 일이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걸 얻은 것 같아요” -유미-

◆다문화정책의 중심은 아이들이다!
신생아 20명중 1명이 다문화가정이다.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도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제작진이 다문화 아이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이들의 아픔이 어린 시절 잠깐 지나가는 기억쯤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을 배워야 할 나이에 절망하고 외톨이가 되어버렸을 경우 개인적인 손실은 물론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지금 시급한 것은 삶의 희망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작은 관심에도 감사해하고 마음의 문을 연다. 사회적 분위기를 따라가는 정책보다 실제 도움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