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한여름 햇볕에 꾸덕꾸덕 삼베가 말라가는 소박한 집.
이곳엔 한평생 수의(壽衣)를 지어온 한상길 할머니(86)와 그녀의 사랑스러운 낭군님 김문경 할아버지(88)가 산다.
9살 때부터 옷을 지어 입었다던 상길 할머니는 마을에서 소문난 수의(壽衣) 장인.
바느질이며 집안일, 농사일도 나서서 척척- 뭐든 제 손으로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모든 일을 틀어쥐고 집안을 건사한다.
그런 강철 할머니를 무장해제 시키는 단 한 사람, 바로 70년 배필 김문경 할아버지다.
할아버지 앞에선 영락없는 열여섯~ 할머니는 수줍은 소녀가 된다.
올해로 칠십 년 금슬을 자랑하는 백발의 부부 -
바늘과 실처럼 혼자서는 의미가 없다는 내외의 지고지순한 부부애를 담는다.
# 수의(壽衣) 짓는 한상길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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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길 할머니(86)는 7살에 바늘을 쥐었고, 9살에 손수 저고리를 지었다. 솜씨가 좋아 소문이 나다 보니, 바느질이 일생의 업이 되었다.
“수의(壽衣)는 인간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입는 옷, 정성스럽게 해드려야지.”
경기도 으뜸장인 상길 할머니는 삼베 손질에서 수의 제작까지. 온전히 수작업으로 전통수의를 짓는다.
비단 수의뿐이랴. 삼베옷이며 모시 적삼이며 모든 옷에 한 올 한 올 풀을 먹이고 말려 입는 정갈한 조선 시대 할머니이다.
상길 할머니에게 옷이란, 바로 ‘정성’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고령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주의자 상길 할머니.
20여 년간 한 지붕 아래 살면서 할머니의 솜씨를 전수받은 작은 며느리는 환갑을 앞두고도 여전히 시어머니의 매서운 눈을 피할 수가 없다.
# 가슴으로 부르는 만가(輓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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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를 메고 갈 때 부르는 상엿소리를 만가(輓歌)라고 한다. 상길 할머니의 수의는 ‘가슴으로 부르는 만가’ 이다.
아침에 짓기 시작한 수의는 그날 해가 지기 전에 마쳐야 한다. 어두우면 저승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의 바느질은 실을 중간에 잇지 않고, 홀쳐매지도, 되돌아 뜨지도 않는다.
저승 가는 길이 막힘 없이 순탄하라는 의미이다.
“수의 짓는 마음은 항상 처량하고 슬프기도 해. 죽으면 부귀영화고 다 소용없는데 욕심을 많이 부리고 살더라고”
우리네 인생사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했던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주머니 없는 수의’를 입고 돌아가는 법.
바늘땀 하나도 정성스런 상길 할머니의 수의는 할머니의 삶 그 자체이다.
# 꼭 붙어 다니는 바늘과 실, 백발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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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에게 씐 콩깍지를 칠십 평생 벗기지 않고 살아온 ‘백발의 연인’ 상길 할머니와 문경 할아버지.
지아비 옷이라면 손수 지어 빳빳하게 다려 입히고, 까다로운 낭군님 입맛이 돌도록 노각무침을 내어내는 할머니.
그에 질세라 할머니의 낭군님은, 할머니 곁에 선풍기를 놓아주고 지그시 지켜보는가 하면 꼼꼼하게 바느질 방 문단속을 책임지는 할머니의 ‘셔터맨’이다.
“바늘 가는데 실이 가야지. 할머니가 바늘이고 내가 실이야.”
하늘이 두 쪽 나도 떨어질 수 없는 바늘과 실.
잠시라도 안 보이면 서로 찾아다니는 이 부부- 종일 서로를 찾아다니는 숨바꼭질로 하루를 보낸다.
# 우리 한날한시에 같이 갑시다
할아버지가 쓰러지셨다.
할머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땡볕에 고추를 따더니 결국 이 사단이 났다.
지난해 아들을 먼저 떠난 보낸 후, 꼿꼿하던 할아버지가 휘청거렸다.
자식을 잃은 큰 충격으로 치매증상이 시작된 것. 그때부터 할아버지의 기억은 종종 낯선 곳을 헤맨다.
소싯적엔 남다른 카리스마로 집안을 호령하던 호랑이 할아버지가 이제는 대문 밖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먼 곳만 바라본다.
할아버지가 안 보이면 찾아다니는 할머니는 행여나 할아버지가 넘어질까 쓰러질까 걱정이 앞선다.
점점 쇠약해지는 할아버지를 보는 상길 할머니의 소원은 단 한가지다.
“나랑 똑같이 한날한시에 가요. 잘 만나서 70년을 살았는데 혼자 가면 어떡해. 하나만 가고 하나만 남으면 못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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