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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

[다큐극장]날아간 7,000억원, 이철희-장영자 사건

단군 이래 최대규모의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이철희, 장영자 어음사기사건.

당시 이 사건으로 내각이 개각됐고, 30여 명이 구속되며 많은 공직자가 경질될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사건의 중심인 장영자는 당시 미모의 39살 젊은 나이였고 사채업자일 뿐이었다. 장영자와 이철희 두 사람은 어떻게 7,000억이 넘는 어음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일까?

당시 사건 관계자, 재판과정에 참여한 법조인들의 생생한 증언과 당시 상황을 통해 이철희,장영자 사건의 전말과  그 속에 들어있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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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가 되어 돌아온 어음 사기사건
국내 굵직한 중견 업체 공영토건과 일신제강이 부도가 났다. 두 기업의 근로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고 이 기업의 어음을 소지한 사람들은 휴지조각이 된 어음을 붙들고 오열을 했다.

이 사건으로 11개 부처의 장관이 경질되었고, 단일 사건을 안건으로 한 임시국회, 재무위원회 심지어 TV청문회까지 이례적으로 열렸다. 사건의 중심에는 이철희, 장영자 부부가 있었다. 나비의 날개짓이 폭풍우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하는 나비효과처럼 이 사건은 당시 우리사회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달콤한 유혹의 덫에 걸린 중견 기업들
은행 문턱이 너무나도 높았던 시절, 많은 기업은 고액의 사채를 울며 겨자 먹기로 쓸 수밖에 없었다.

이때 연리 22%, 2년 거치 3년 상환이라는 파격적인 대출 조건을 내세워 기업들에게 접근한 이철희, 장영자 부부.

장영자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 광업진흥공사 사장의 처제임이 알려지면서 기업에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결국 6개 업체는 이철희, 장영자 부부에게 대출을 받았고, 이들 부부의 달콤한 제안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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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 어음의 진실
이들 부부가 사업자금을 대출해주고 6개의 기업으로부터 받은 어음은 약 7,100억원.  그런데 문제는 이 어음이 대출받은 금액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9배나 많다는 것이었다.

이철희, 장영자 부부는 사채시장 할인을 통해 이 어음들을 현금화했고, 기업은 대출금의 몇 배나 되는 어음을 결제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왜 업체들은 이철희, 장영자 부부에게 자신이 빌린 돈보다 훨씬 많은 어음을 건넸을까?

◆경제는 유통이다!
법정에서 “경제는 유통이다”라며 자신의 경제관을 당당하게 밝혔던 장영자.

돈이 순환하는 것이 경제이기 때문에 자신이 한 행동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 밖에도 장영자는 재판에서 세간의 화제가 됐던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기사에 실렸던 법정 속기록을 바탕으로 재판 상황을 재구성하고,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와 취재 기자, 사건 관계자들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직접 듣는다.

◆지하경제의 큰손이라 불리던 여인, 장영자
장영자의 사생활은 당시 국민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고가의 골동품을 천 점 이상 보유했으며, 소장한 보석의 가격만 13억 상당.

또한 10억 상당의 별장은 물론 전국의 부동산도 300만 평이나 가질 정도로 그녀의 재산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40세도 되지 않았던 젊은 여인이 어떻게 이런 큰 돈을 만질 수 있었을까? 그녀를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장영자의 삶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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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장영자는 정치권력의 비호를 받았는가?  
이 사건으로 30여 명이 구속되고, 이철희-장영자는 1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여론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이들의 돈이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 갔고, 사건의 배후에는 정치 권력자가 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당시 사건과 정치권력자의 직접적인 관계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이 이철희-장영자 사건은 권력형 비리 사건의 하나로 불린다. 과연 당시 소문대로 사건의 뒤에는 정치 권력자가 숨어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