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동의 한 모퉁이, 높이도 제 각각인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작은 단칸방이 나온다. 초라한 집이지만 엄마 은영(35) 씨와 아빠 기수(49) 씨, 그리고 딸 은성(14개월)이까지 세 식구가 함께할 땐 남부럽지 않은 러브하우스였다. 고아원에서 자란 유년시절의 기억 때문에 우울증을 앓았지만 난생처음 ‘가족’이 생겨 누구보다 행복하고 기뻐했던 기수 씨. 그리고 그런 남편을 해바라기처럼 따르던 아내 은영 씨.
그런데 며칠 전 아빠가 사라졌다. 은성이를 잘 키워달라는 말만 남긴 채 핸드폰도, 지갑도 가져가지 않았다. 기수 씨는 1년 전 택시 사고 이후 몸이 많이 다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은영 씨 역시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부부가 함께 폐지를 줍는 것뿐이었다. 넉넉하지 못했던 세 식구의 생활은 더욱 궁핍해졌고 가장인 아빠의 우울증은 더 심해져 자살충동까지 생겨났다….
혹시, 만에 하나 남편이 잘못된 생각을 할 까 두려운 은영 씨에게 경찰서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남편의 가방이 발견됐다고. ‘내가 죽으면 은성이를 잘 부탁한다’는 아빠의 편지를 읽고 은영 씨는 결국 무너지고 마는데…
은성이 아빠를 찾습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불우한 기억 때문에 우울증 증세가 있던 기수(49) 씨는 은영(35) 씨를 만나며 많이 밝아졌다. 딸 은성(14개월)이가 태어났을 때는 처음 가져본 ‘가족’이란 기쁨에 눈물을 펑펑 흘렸던 기수 씨. 그런데 1년 전 택시 사고로 몸을 많이 다친 후부터 남편의 상태가 심각해 졌다. 몸이 성치 않아 일을 하기가 힘들었고,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폐지와 고물을 모으는 것 뿐. 아내와 딸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생활고는 더 심해졌고 아내와 은성이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남편의 우울증과 자살충동 또한 심각해져갔다.
그리고 며칠 전 새벽, 은성이를 잘 키워달라는 글만 남긴 채 남편이 사라졌다. 핸드폰도, 지갑도 모두 그대로 두고 나간 기수 씨. 설마 나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 지…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남편을 찾는 전단지를 뿌린다.
아빠 혼자 짊어지고 있었던 비밀
은영 씨는 은성이 우유값이라도 벌기 위해 고물을 주우러 나섰다. 항상 남편과 함께 폐지며 고물을 모았었는데.. 무거운 거, 힘든 거는 손도 대지 못하게 할 만큼 아내를 아껴주었던 남편. 은영 씨 혼자 해보려니 영 시원치가 않다. 그래도 오늘 하루 2000원을 벌어 1450원 짜리 우유를 사줄 수 있어 행복한 엄마.
늦게까지 폐지를 줍고 집으로 돌아오던 밤, 대문 앞에서 은영 씨를 기다리는 낯선 사람. 남편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남자는 기수 씨의 행방을 캐물으며 한껏 소리를 지르고 떠났다. 남편이 돈을 빌려 썼던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다니…. 누구보다 가족을 지키고 싶어 했던 남편은 모든 것을 혼자서만 감내하려 했다. 그 동안 남편 혼자서 끙끙 앓았을 걸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가족의 위기, 무너지는 엄마
남편이 집을 나가고, 엄마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부부가 애지중지하는 소중한 딸 은성이 때문이다. 유년시절의 상처가 있는 부부에게 은성이는 특별했다. 더욱이 유산의 아픔을 이겨내고 얻은 귀한 첫 아이. 비 오는 날이든 무더운 날이든 아빠를 찾아다니는 내내 함께 하느라 지쳐있던 은성이...결국 온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아빠가 없는 사이에 은성이 마저 문제가 생길까봐 무섭기만 한 엄마. ‘은성아,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만 수 없이 되뇐다.
그러던 와중에 경찰서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아빠의 가방이 발견됐으니 와서 확인을 하라고. 뛰어가는 엄마의 심장이 요동친다. 가방 안에는 은성이를 위한 선물과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너무 미안하고 사랑한다...만약에 아빠가 죽으면 은성이 잘 부탁한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은영 씨.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가슴이 무너진다.
'방송연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로벌 성공시대>이탈리아가 사랑한 조각가, 박은선 (0) | 2013.06.15 |
---|---|
<추적60분> 고객, 왕에서 신으로. 감정 노동을 아십니까. (0) | 2013.06.15 |
<세대공감> 김기리, “신봉선, 신보라한테 각서 받아” (0) | 2013.06.15 |
'글로벌 다큐멘타리 아프리카' (Africa) (0) | 2013.06.15 |
[독립영화관] 연애담 영화 - 여덟번의 감정 (0) | 2013.06.15 |
<세계는 지금>꼬여가는 터키 사태, 정․교 갈등 불붙다 (0) | 2013.06.15 |
노출의 계절, 개성 표출하려 문신? 잘못하면 피부괴사까지… (0) | 2013.06.15 |
[일말의 순정] 알랑가 몰라 ~ 진짜 형이, 극중 드라마의 진짜 형으로 ' 김태우 ' 까메오출연 (0) | 2013.06.15 |
명화극장 <웨이 백> (0) | 2013.06.15 |
<한반도 야생은 살아있다> 제2편 숲속의 제왕 담비 (0) | 2013.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