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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

<추적60분> 고객, 왕에서 신으로. 감정 노동을 아십니까.

나쁜 고객 전성시대
 
60대 택시 기사가 20대 승객에게 막말을 듣는다.
종합병원 응급실 간호사가 한 환자에게 뺨을 맞는다.
학습지 교사는 바닥에 내뿌려진 돈을 쭈그려 앉아 줍고,
마트 직원의 얼굴에는 물에 젖은 속옷이 내던져 진다.
그 순간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죄송합니다.’
욕설과 성희롱, 폭력도 묵묵히 견뎌야 하는 이유,
‘고객님’이기 때문이다.
라면이 맛이 없다며 승무원을 때린 ‘라면 상무’,
이동 주차를 요청했다고 호텔 지배인을 폭행 한 ‘빵 회장’.
최근 ‘진상 고객’에 대한 뉴스가 화제였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그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낮과 밤, 두 개의 얼굴
 
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한 여성.
그녀는 7년 째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는 또 다른 여성.
그녀는 매일 밤 소주 2병을 마셔야만 잠이 든다.
정중한 태도와 밝은 표정,
오늘도 일터에서 웃음을 짓는 그녀들.
일 잘 한다고 소문이 나서 대형 백화점으로 스카우트되기도 했고
서비스에 감동받았다는 고객들의 평가에 고객 친절상을 받기도 했던
그들에게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직원 잡는 고객 만족
 
한 백화점 매장, 직원 한 명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허공에 인사를 한다.
고객을 만나기 전 마음가짐을 바로 잡기 위한 것, 교육 받은 행동이라고 했다.
행패를 부리는 고객에게 무조건 ‘죄송합니다. 고객님.’이라고 말을 하는 직원.
고객은 무조건 옳다는 서비스 매뉴얼대로, 교육받은 감정이다. 
고객 만족의 기치 아래 기업은 직원들의 행동 그리고 감정까지 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직원들은 교육보다 더 힘든 것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하는 인사 하나까지 CCTV로 체크되며, 그에 따라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는 것.
심지어 고객을 가장해 매장을 방문, 직원의 친절을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도 있다고 했다.
취재진은 직접 미스터리 쇼퍼로 등록을 해봤다.
교육 후 현장에 투입 된 취재진에게 떨어진 첫 임무는
모 백화점 직원 김ㅇㅇ씨에게 접근 해 그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보고 하는 것이었다.

 
감정 노동자를 위한 기업은 없다
 
서비스 문화는 발전했지만
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문화는 열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눈부시게 발전한 서비스 산업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전화를 끊을 수 있게 해주세요.”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게 해주세요.”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 숨 쉴 틈을 주세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