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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

한국인의 밥상 국수의 힘, 여름을 이긴다

사방이 국수 천지다. 계절과 상관없이 국수는 전 국민이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후루룩 소리만으로도 입맛이 당기는 국수. 더위가 시작될 무렵 각 지역의 제철 산물로 차려낸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한 끼다. 펄펄 끓는 물에 삶아낸 국수를 찬물에 휘휘 저어 건진 후 쓱쓱 비벼 먹는 국수 한 그릇.
 
그 넉넉함에 특별한 고명과 육수를 더하면 더위로 지친 여름,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회복시켜주는 음식이 된다. 초여름, 소박한 한 그릇의 끊을 수 없는 매력, 국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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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국수를 아시나요?
 
우리 국민이 쌀 다음으로 가장 많이 먹는 곡식은 밀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밀의 곡물 자급률은 약 2퍼센트에 불과한 상황.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밀로 만든 국수는 반갑기만 하다. 전라도에서는 밀이 수확되기 시작하면 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그 밀로 팥 칼국수를 주로 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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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새참으로는 쉽게 당분을 보충하기에 제격인 설탕국수를 먹었다는데 면만 빠르게 삶아서 설탕만 넣어 먹는 국수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국수의 재료가 되는 밀. 초여름의 진풍경이 펼쳐지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박뫼마을의 황금들녘, 그 수확 현장을 찾아가 본다.
 
 
여름 국수, 더위를 식혀주는 대나무를 만나다

대나무의 고장 전라남도 담양에서는 6월 중순이면 죽순이 한창이다. <동의보감>에서 강한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음식으로 기록되어 있는 죽순. 담양에서는 어떤 국수를 만들어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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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밭 밑에 닭을 풀어 키우는 양순섭 씨 댁. 이른바 죽계라고 불린 닭을 잡아 엄나무와 죽순을 같이 삶아 육수를 낸다. 몸이 아프신 어머니를 위해 만든 죽계국수와 우렁 죽순 비빔국수는 맛뿐만 아니라 그 정성으로도 여름철 보양식이 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대밭과 국수 거리에서 다양한 국수를 먹는 사람들을 만났다.
 

여보, 이거 먹고 힘 내이소

해발고도 천 미터가 넘는 산들로 둘러싸여 산지가 많은 경남 함양은 그 때문에 계곡이 발달해있다. 쌀보다 민물고기가 흔했다는 이곳에서 주로 먹었던 국수는 바로 어탕국수다. 함양 토박이 문현숙 씨 가족은 근처의 냇가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어탕국수를 끓여낸다.
 
피라미 조림에 즉석에서 비벼 먹는 국수, 산양삼이 많이 나서 특별히 남편을 위해 준비했다는 산양삼 묵국수는 여름에 먹는 별미이자 아내의 마음까지 더해져 속 든든한 음식이 된다. 
 

스님들은 국수라는 말만 들어도 웃는다?
 
꺾어질 듯한 절벽위에 작은 암자 하나가 있다. 전라남도 구례군 오산의 사성암. 그곳의 스님들은 절 주변에서 나는 재료로 국수를 만든다. 엄숙한 발우 공양시간에도 국수를 먹을 때만큼은 긴장을 풀고 소리를 내서 먹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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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승소(僧笑)’라는 말이 생겼을까. 인동초, 칡넝쿨과 같은 약용의 식물을 재료로 이용하여 만들어낸 국수. 자극적인 음식이 난무하는 현대인의 밥상에서 맛뿐 아니라 건강까지 생각해서 먹을 수 있는 사찰국수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강원도의 맛, 메밀국수를 만나다
 
벼농사가 되지 않은 강원도 산골의 평창 도사리 마을. 이들이 그나마 흔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이었다. 40년 된 국수틀이 아직도 남아 있는 김봉자 씨 댁에서는 메밀을 갈아 직접 국수를 뽑아 먹는다.
 
국수를 한번 뽑으면 5일 내내 국수만 먹는다는 남편을 위해 민물고기 매운탕에도, 나물 된장국에도 국수를 넣는다. 배고팠던 시절 무조건 양을 늘리기 위해 넣었던 국수, 하지만 그 소박하고 투박한 재료는 오늘날 우리 밥상에 웰빙음식으로 다시 돌아왔다.